화면에 이전 화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대부분 “번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번인이 아니고 며칠 지나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반대로 진짜 번인인데 밝은 화면만 쓰다가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둘을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불량화소 글이 점 하나짜리 문제를, 빛샘·얼룩 글이 면의 밝기가 고른가를 다룬다면, 이 글은 화면에 무늬가 남는 문제를 다룹니다.
잔상과 번인은 다른 현상입니다
잔상(image retention)은 일시적입니다. 같은 화면을 오래 띄워둔 뒤 다른 화면으로 바꿨을 때 이전 그림이 희미하게 겹쳐 보이는 상태로, 몇 분에서 길어야 며칠이면 사라집니다. LCD에서도 OLED에서도 일어납니다.
번인(burn-in)은 영구적입니다. 화소가 물리적으로 열화돼서 같은 신호를 받아도 주변보다 어둡거나 색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유기 발광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며 닳는 구조라, 번인은 기본적으로 OLED의 현상입니다. LCD는 백라이트가 따로 있고 화소는 셔터 역할만 해서 같은 방식으로 타지 않습니다.
그래서 “LCD 노트북에 번인이 생겼다”는 말의 대부분은 셋 중 하나입니다. 며칠이면 사라질 잔상이거나, 액정 층이 눌린 자국이거나, 애초에 번인이 아닌 화면 균일도 문제입니다.
이 구분이 실용적인 이유는 대응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잔상은 기다리면 되고, 번인은 기다릴수록 나빠집니다.
회색 화면이 가장 잘 보여줍니다
위의 불량화소 테스트는 화면을 여섯 가지 단색으로 전체화면에 채웁니다. 죽은 픽셀을 찾는 도구지만 번인 확인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순서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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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인을 볼 때 쓰는 화면이 이겁니다. 여섯 색 중 두 번째인 회색이고, 위쪽에 지금 몇 번째인지가 뜹니다.
회색부터 보세요. 번인은 중간 밝기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흰 화면은 너무 밝아서 미세한 밝기 차이가 묻히고, 검은 화면은 애초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회색은 그 사이라서 몇 퍼센트짜리 차이도 무늬로 보입니다.
그다음 흰색. 얼룩과 전체 균일도를 봅니다.
마지막으로 빨강·초록·파랑을 각각. 서브픽셀은 색마다 다른 속도로 닳습니다. OLED에서는 파란색 소자의 수명이 가장 짧아서 파란 화면에서만 무늬가 보이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흰 화면에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고 끝내지 마세요.
보는 요령 두 가지. 방 조명을 낮추면 화면에 얼굴이나 창문이 비치지 않아 훨씬 잘 보입니다. 그리고 먼저 화면을 닦으세요 — 마른 얼룩과 번인은 회색 화면에서 놀랄 만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어디에 남는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번인은 아무 데나 생기지 않습니다. 오래 켜져 있고 안 변하는 것의 자리에 생깁니다. 회색 화면을 보면서 아래 자리들을 먼저 확인하세요.
- 화면 맨 위의 상태 표시줄 — 시계, 배터리, 통신사 표시
- 맨 아래의 작업 표시줄이나 독 — 아이콘 배열이 그대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키보드 자판 자리 — 태블릿과 폰에서 흔합니다
- 게임의 체력바·미니맵, 방송 화면의 채널 로고와 자막 띠
- 안드로이드 내비게이션 바
무늬가 이 중 하나와 모양이 맞아떨어지면 번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 모양도 아닌 얼룩이라면 균일도 문제거나 압력 자국 쪽을 먼저 의심하세요.
새 기기에서 보인다면
새로 산 기기의 회색 화면에서 작업 표시줄 모양이 보인다면, 그건 쓰면서 생긴 게 아닙니다. 몇 시간 쓴 기기에 번인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의심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전시품이었거나(매장에서 같은 데모 화면을 몇 달 켜둔 기기), 반품·리퍼브 물건이 새 제품으로 섞여 들어온 경우입니다. 둘 다 판매처에 말할 근거가 됩니다.
받은 날 회색 화면 한 번 띄워보는 게 의미 있는 이유가 이겁니다. 첫날 사진 한 장이 있으면 나중에 “원래 있었다”를 증명할 수 있고, 없으면 그 대화는 대체로 이길 수 없습니다.
성급히 판단하지 마세요
무늬를 발견했다고 바로 반품 접수를 넣기 전에, 순서를 하나만 지켜주세요.
먼저 기록하고, 그다음 기다립니다. 회색 화면 사진을 찍고 날짜를 남긴 다음, 며칠 동안 평소와 다른 화면을 쓰세요. 밝은 배경의 창을 여기저기 옮겨가며 쓰고, 작업 표시줄 자동 숨김을 켜고, 정지 화면을 오래 두지 않습니다. 잔상이었다면 이 사이에 옅어지거나 사라집니다. 사라졌다면 기기는 정상입니다.
며칠 뒤에도 똑같다면 번인입니다. 이때 첫날 사진과 나중 사진 두 장이 있으면 “안 없어진다”는 걸 그대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OLED 기기에는 픽셀 리프레시나 패널 새로고침 같은 이름의 기능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면을 끄고 몇 분에서 한 시간 동안 화소를 보정하는 기능인데, 잔상 단계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미 열화된 화소를 되살리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덜 생기게 하려면
이미 산 OLED 기기라면 습관 쪽이 수명에 꽤 영향을 줍니다.
- 화면 밝기를 필요한 만큼만. 열화 속도는 밝기에 크게 좌우됩니다. 최대 밝기로 상시 사용하는 게 가장 나쁩니다
- 작업 표시줄·독 자동 숨김.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켜져 있는 요소를 줄이는 게 가장 직접적입니다
- 화면 끄기 시간을 짧게. 자리를 비운 동안 정지 화면이 켜져 있는 시간이 실제로 큽니다
- 다크 모드는 OLED에서 유리합니다. 검은 화소는 아예 꺼져 있어서 닳지 않습니다. LCD에서는 수명과 무관합니다
이 검사가 못 하는 것
단색 화면으로 하는 확인은 전부 눈으로 하는 상대 비교입니다. 밝기의 절대값도, 색이 얼마나 틀어졌는지의 수치도 나오지 않습니다. “왼쪽 위가 주변보다 어둡다”까지가 한계고, 그게 보증 기준을 넘는 정도인지는 제조사가 판정합니다.
번인 관련 보증은 제조사마다 크게 다릅니다. 소모성으로 보고 아예 제외하는 곳도 있고, 일정 기간 안의 번인을 보증에 포함하는 곳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글이 아니라 구입한 제품의 보증 약관을 확인하세요.
